얼마 전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이는 걸 본 적이 있다. 순간 ‘누군가 몰래 찍고 있나?’ 싶어 주변을 살폈지만, 알고 보니 친구끼리 단체사진을 찍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의 불쾌함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요즘은 누구나 손 안에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시대라, 타인의 동의 없이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몰카’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필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길을 걷다가 뒤에서 플래시가 터지는 소리에 놀라 뒤돌아본 적이 여러 번이다. 그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대부분은 단순 착각이거나 다른 사람의 셀카 촬영이었지만, 그 불안감은 여전하다. 특히 여성들은 이런 상황에 더 자주 노출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 피해자 중 여성 비율이 80%를 넘는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임을 시사한다.
몰래카메라는 더 이상 특정 장소의 일이 아니다. 지하철, 버스, 엘리베이터, 길거리, 심지어 카페나 음식점에서도 발생한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카메라 촬영 관련 범죄 건수는 매년 수천 건에 달하며,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이다. 이 범죄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유포 목적뿐 아니라, 협박이나 금전 요구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 더 심각하다.
예를 들어, 2022년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발생한 사건을 보면, 30대 남성이 여성 승객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다 현장에서 붙잡혔다. 그는 “단순 호기심이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전에도 여러 차례 유사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례는 몰카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중독성 있는 범죄 행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카메라촬영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타인의 동의 없이 성적 욕망이 있는 신체를 촬영하면 처벌하는 조항이다. 하지만 법이 있다고 해서 범죄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촬영 기술이 발전하면서 적발이 까다로워지고 있다. 예를 들어, 렌즈 없는 초소형 카메라나 착용형 기기를 이용한 촬영은 육안으로 발견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사법기관은 디지털 포렌식과 같은 첨단 수사 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한편, 법의 사각지대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성적 욕망이 없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장난으로 촬영한 경우에는 처벌이 애매할 수 있다. 또한, 몰카 영상을 유포하지 않고 개인적으로만 소장한 경우에도 법적 처벌이 가능하지만, 실제 적발은 쉽지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무부는 2023년 카메라 촬영죄의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에는 피해자의 동의 없는 촬영 자체를 처벌하는 조항과 함께, 유포 목적이 없더라도 촬영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명확히 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법적 대응뿐만 아니라, 예방과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 공공장소에서는 주변을 의식하고, 의심스러운 행동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또한, 피해를 입었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증거를 확보한 후 경찰에 신고하거나 전문 법률 자문을 받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카메라촬영죄 관련 상담을 제공하는 곳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최근 한 법률 세미나에서 몰카 피해자 지원 단체의 사례를 들은 적이 있다. 한 20대 여성은 길거리에서 몰래 촬영당한 사실을 알고도 ‘증거가 없어서’ 신고를 망설였다. 하지만 주변인의 도움으로 범인을 특정할 수 있었고, 결국 법적 처벌을 받게 했다. 이 사례는 피해 당시의 신속한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다. 구체적으로, 촬영을 발견하면 즉시 주변인의 도움을 요청하고, 스마트폰으로 범인의 얼굴이나 행동을 녹화하거나 목격자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이후 경찰에 신고할 때는 촬영 시간, 장소, 범인의 인상착의 등을 상세히 전달해야 한다.
사회적 함의를 생각해보면, 이 문제는 단순한 범죄 처벌을 넘어 디지털 시대의 프라이버시 침해와 성 인식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게 한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몰래카메라는 기술 발전과 함께 진화하며 사회적 규범과 법의 경계를 끊임없이 시험하고 있다. 결국, 우리 모두가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고,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한 윤리적 기준을 세우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대학가나 공공장소에 ‘몰카 탐지기’를 비치하거나, 여성 전용 공간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물리적 예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성 인식의 변화다. 몰카 범죄를 ‘단순한 장난’이나 ‘별것 아닌 일’로 여기는 태도가 근절되어야 한다. 각종 미디어와 교육을 통해 동의 없는 촬영이 얼마나 심각한 인권 침해인지 알려야 한다.
한동안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촬영 대상이 되고 있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든다. 하지만 불안에만 머물지 않고, 주변과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예방 수칙을 공유하는 것도 작은 실천이 아닐까 싶다. 디지털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관심과 행동이 필요한 때다.
결국, 몰카 문제는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윤리 의식 사이의 간극에서 발생한다. 우리는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법과 제도뿐 아니라 개개인의 인식 변화를 함께 이끌어내야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피해자에게 공감하며, 예방에 동참할 때 비로소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